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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나는 왜 매일 아침 눈을뜨는걸까

by 우린클릭스 2020.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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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고된 하루가 끝나고 집에 들어와 씻지도 못한 체 

기절하듯 잠들고 다음날 눈뜨고 다시 하루가 시작되면

나는 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걸까...?라고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삶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살때 였습니다. 기상 일 집 취침의 연속이었고

빛도 있었어서 금전적으로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죠.

일하는 것도 처음 입사했을 때처럼 열정은 한강에 투신하고 발견된 시신처럼 차가웠고

감정은 폭우가 내리는 날 길거리에 있는 일회용 컵처럼 주체 안되게 넘쳐버리다 결국 쓰러져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sns도 전부 삭제하고 만나는 사람도 정말 한정적으로 살던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저를 보더니 무슨 일이냐며 zombie도 이렇게 생기가 없을 거 같지 않다며

걱정을 해주던 날들을 보냈었습니다.

 

삶의 목적이 없으니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을 하면 아픈 몸과 빛들만이 맨투맨 압박을 해와서

무생각으로 살았죠.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아까운 시간들이었지만 그때 저는 그렇게 사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빛도 전부 청산하고 몸도 어느 정도 건강해졌습니다.

그런데 저의 정신 상태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습니다. 전혀 나아지지 못하고 고이다 못해 썩어 냄새가 나는 상태였죠.

 

처음 빛이 생기고 몸이 좋지 않을 때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돈다 갚고 몸도 건강해지면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해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라고 희망했습니다.하지만 희망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이미 찌들어버린 생활습관과 굳어버린 뇌는 저의 성격까지 바꿔버렸고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와는 다른 괴리감에 더욱 우울해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건강문제, 아직도 좋지 못한 재정상태 등

나의 일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좁아져있던 시아가 넓어져 보니 더 큰 문제들이 저의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저는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걸까 차라리 잠들고 그대로 죽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담배 한대 피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또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며 잠에 들곤 했습니다.

 

그렇게 긴 힘든 시기들을 바꾸게 해준건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계기였습니다.

 

매일같이 술자리에 가서 돈을 막썼습니다. 동생이든 형이든 돈만 있으면 그 자리를 계산했죠. 나처럼 되지 말고 그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만큼은 돈걱정 말고 즐겁고 재미있게 보냈으면 했고 나와 같이 자리를 해준다는 게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나고 저는 또 돈이 없었습니다. 이젠 술도 못 마시겠네 하면서 퇴근길에 있는대 몇 번 술자리에 같이했던 동생이 연락 왔습니다. "형 뭐하세요 오늘도 술 드시죠? 같이 한잔하시죠!"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화가 났습니다.

지금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그리고 나는 재미도 없고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수 없는 존재인데

아.. 또 술 얻어 마시고 싶어서 연락한 거구나 하며 카톡을 읽고 연락을 안 하고 방구석에서 흰 벽을 보며 있었습니다.

읽고 연락 안 했으니 이젠 연락 안 하겠지 하면서요.

그런데 그 녀석과 같이 알던 사람들로부터 번갈아가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니 뭐하니 무슨 일 있니 보고 싶다 이거 보면 연락해 이렇게 연락 오는 걸 보고 미안함 마음에 몸이 안 좋다고 말하려고 그중 가장 친했던 사람에게 연락해서 이야기하려고 마음먹고 전화를 했는데 그 사람은 막무가내로 나오라고 했었습니다. 짜증반 미안함반으로 가기로 한 뒤 술집으로 들어가 보니 그 친구들 모드 진심으로 저를 걱정하고 보고 싶어 했더라고요. 짜증 나는 마음이 가시니 한두 잔씩 술이 달달하게 들어가고 있는데 언제나 가벼운 분위기의 자리가 그날따라 점점 진솔한 자리가 되어가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힘든 일들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이 이해되고 그들이 말하는 것들이 공감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 사람이기에 모자란 부분은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닮고 싶은 사람들이었으니깐요.

그들의 가정사,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현재의 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민 등을 듣고 있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나한테 그런 고민들과 힘듬을 이야기하는 건지..

조금 부담스러워질 때쯤 한 친구가 말하길 누군가와 이렇게 이야기를 한적 없는데 너한테는 하게 되네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해줄 수 없는데 말이죠.

저는 그저 말해줘서 고맙다 우리 힘내자 한잔 더 하자라고 말하고 어느 때처럼 만취한 뒤 집에 들어와서 그들이 더 잘되었으면 좋겠단 생각과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생각을 짧게 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저는 눈치 채지 못했었습니다. 내가 얼마 만에 하고 싶은 게 생기고 내일을 걱정이 아닌 조그마한 기대를 가지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날 뒤로 저는 행복해졌습니다. 솔직히 점점 행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저는 술자리에서 만큼은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고

저는 그걸 낙으로 살았습니다. 매일매일 술자리를 나가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 응원하고 격려하기 시작하고 그 사람들이 점점 더 나아지고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어 더 이상 술자리에 나오지 않더라도 저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젠 술과 나를 찾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들은 행복하구나 힘든 시간이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감사하다.

가끔씩 연락이 오면 두려웠습니다. 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며 받아보면 대부분 좋은 일로 연락이 와서 만나서 기쁨을 나누고 축해주고 간혹 안 좋을 일로 연락이 오면 우린 다시 그 술집 그 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다 만취한 뒤 집에 들어와서 기분 좋게 잠들었습니다.

그 뒤로 저도 힘든 일이 있으면 그 친구들에게 연락해 이야기하고 기분 좋게 만취한 뒤 집에 들어와서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이게 뭐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느낀 건 내가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겐 고마울 수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저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나 좋으라고 시작한 일들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게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죽네 사네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별것도 아닌 일이더라고요.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적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런 걸로 힘이 나서 또 이 힘든 날을 살 수 있구나하며 정말 너무나 큰 걸 배웠습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무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행한 어떠한 행동과 말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를 살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 일로 수고가 많았던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더 좋을 하루가 될 것입니다.

좌절하지 마시고 후회 없는 하루를 보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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